정언명령이란 무엇인가?

# 칸트 윤리학의 절대 원칙: 정언명령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행위의 기준을 고민한다.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옳은 행동과 그른 행동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과연 존재하는가.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하고도 엄격한 대답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칸트 윤리학의 중추를 이루는 개념, '정언명령(定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이다. 이 명령은 단순히 상황에 따라 변하는 지침이 아니라, 이성을 가진 모든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윤리의 근본 법칙이다. 정언명령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의무와 도덕성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이다.

## ### 1. 무조건적 도덕 법칙, 정언명령의 개념

칸트는 모든 명령을 '가언명령(Hypothetical Imperative)'과 '정언명령'으로 구분한다. 가언명령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명령이다. 예를 들어, "만약 승진하고 싶다면 열심히 일하라"와 같이, 그 명령의 행위가 전제 조건에 달려 있다. 반면, 정언명령은 어떤 조건이나 목적 달성과 관계없이 그 자체가 선하며, 이성적 존재라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도덕 법칙이다.

정언명령에 따른 행위는 오직 '의무' 때문에 행해진다. 우리는 결과를 기대하거나, 행복을 추구하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이 도덕 법칙이 명령하는 바이기 때문에 행동한다. 예를 들어, 가게 주인이 손님을 속이지 않는 행위가 단지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가언명령에 불과하며 도덕적 가치가 없다. 그러나 그가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해야 한다는 순수한 의무감에서 정직하게 행동한다면, 그것이 정언명령에 부합하는 도덕적 행위다. 정언명령은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를 결정한 의지의 준칙(maxim)이 선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 ### 2. 보편화 가능성의 정식과 인간 존엄성의 정식

칸트는 정언명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주요 정식(定式)을 제시하였으며, 그중 두 가지가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는 **보편화 가능성의 정식(Formula of Universal Law)**이다. 이는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고 명령한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만약 모든 사람이 나처럼 행동한다면 이 사회가 존속 가능하고 내가 바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거짓 약속'의 금지다. 만약 내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갚을 의사 없이 친구에게 돈을 빌리면서 갚겠다고 거짓 약속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준칙("곤경에 처했을 때 거짓 약속을 해도 된다")을 보편화한다면, 모든 사람이 거짓 약속을 하게 되어 결국 '약속'이라는 제도 자체가 붕괴하고 만다. 이 경우, 나의 거짓 약속은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며, 동시에 이성적인 보편 법칙으로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거짓 약속은 비도덕적이다.

둘째는 **인간 존엄성의 정식(Formula of Humanity)**이다. 이는 "너 자신의 인격이나 다른 어떤 사람의 인격에 있어서나 인간성을 단지 수단으로만 대우하지 말고,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도록 행위하라"고 명령한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자율적인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 즉 그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고용하거나 물건을 거래할 때, 그들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칸트는 '단지(merely)'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공장 노동자에게 부당한 저임금을 주면서 그의 인간적인 필요나 발전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직 생산의 도구로만 간주하는 행위는 이 정식에 위배된다. 이는 그 노동자를 그의 인격적 존엄성을 침해하면서 나의 이익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 ### 3. 보편적 의무의 실천적 함의

정언명령은 현대 윤리학과 법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 보호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칸트의 윤리는 엄격하고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의 도덕적 행위를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적 유불리를 넘어선 보편적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빛난다.

정언명령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 예를 들어 인공지능 윤리나 환경 윤리 같은 분야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적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언명령은 결국 우리 모두가 스스로 도덕 법칙을 세우고 그 명령에 자율적으로 복종하는 '자율적 입법자'가 되도록 요구한다.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보편적 의무를 실천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도덕적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절대적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