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알키비아데스의 태도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 가?

## 알키비아데스의 고백: 오해된 에로스와 정치적 비극에 대한 철학적 진단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Symposium)*은 고대 아테네 지성인들이 모여 '에로스(Eros)', 즉 사랑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장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등장을 한 인물은 바로 젊은 귀족이자 당대 최고의 미남인 알키비아데스다. 그는 만취한 채 난입하여, 모든 질서정연한 찬사를 중단시키고 소크라테스에 대한 개인적이고도 열렬한 '사랑 고백'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 극적인 고백은 단순히 한 천재적인 젊은이가 위대한 스승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니다. 오히려 알키비아데스의 태도는 소크라테스가 평생 추구했던 철학적 에로스—육체를 넘어 영혼의 선(善)을 향한 상승—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전복시키려는 비극적인 시도로 읽혀야 한다. 그의 고백에는 탐욕, 소유욕, 그리고 치명적인 자기애가 뒤섞여 있으며, 이는 결국 아테네 민주정의 몰락을 예고하는 도덕적 실패의 청사진이 된다.

### 육체적 소유욕과 지적 가치 전도: 상품화된 소크라테스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에게 고백하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상업적이고 소유욕에 기반을 둔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마치 희귀한 보물이나 전략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오류를 범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 미모, 그리고 명성을 소크라테스의 '지혜'와 교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태도는 *향연*의 서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나이 많은 남성(에라스테스)이 젊은이(에로메노스)의 아름다움을 흠모하고 그에게 미덕을 가르치는 관계는 일반적이었으나, 알키비아데스는 이 관계를 역전시키려 한다. 그는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대가로 소크라테스의 영혼 속에 숨겨진 지혜를 '구매'하려고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를 침실로 유인하여 그의 지혜를 얻고자 했으며, 이는 지적 교류와 영적 상승을 지극히 물질적인 거래로 격하시키는 행위다.

소크라테스가 이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자, 알키비아데스는 좌절감과 함께 당혹감을 느낀다. 그에게 철학적 미덕은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상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육체적 쾌락 대신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디오티마의 에로스 사다리를 설파했지만, 알키비아데스는 사다리의 가장 낮은 단계, 즉 물질적 욕구에 고착된 것이다.

### 상호성의 오인과 일방적 욕망: 거울에 비친 자기애

알키비아데스의 사랑 고백이 지닌 두 번째 문제는 그것이 상호적인 관계가 아닌,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일방적인 투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를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소크라테스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확인하고, 그 결핍에 대해 괴로워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elenchus*)은 상대방의 무지를 드러내어 도덕적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영혼으로 나아가도록 자극하는 방식이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야말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깨닫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고백하며, 소크라테스 앞에서 느꼈던 수치심과 죄책감의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알키비아데스는 이 감정을 도약의 발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때마다, 그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피해 달아난다. 이는 그가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철학적 수련)을 거부했음을 의미한다. 그의 고백은 “나는 당신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나는 당신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니 이 고통을 멈추거나, 나를 인정하고 나에게 완전히 복종하라”는 식의 자기 중심적 요구다. 결국 그의 사랑은 소크라테스의 미덕을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한 자아를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이는 치명적인 자기애(Narcissism)의 발현이다.

### 정치적 실패로 이어진 도덕적 무절제

알키비아데스의 철학적 에로스에 대한 오해는 그의 공적 영역, 즉 정치적 삶에서 발생한 비극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소크라테스식 에로스는 이성을 통한 영혼의 정화와 엄격한 자기 절제(Sophrosyne)를 요구하는 반면, 알키비아데스는 사치, 방탕, 그리고 끊임없는 명예욕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

그는 천부적인 능력과 매력을 가졌지만, 도덕적 기반이 없어 결국 개인적 욕망에 따라 아테네를 배신하고 스파르타, 페르시아를 오가며 국익을 훼손하는 결정들을 내린다. 소크라테스가 추구했던 선하고 아름다운 것(Kalokagathia)은 이성적 질서와 공공의 미덕을 의미했다. 그러나 알키비아데스는 이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즉각적인 쾌락과 영광을 좇았다.

예를 들어, 알키비아데스가 시칠리아 원정에서 보여준 과도한 야망과 사적인 이익 추구는 그의 도덕적 무절제가 낳은 정치적 재앙이었다. 소크라테스를 향한 그의 고백은, 만약 그가 자신의 영혼을 철학적으로 훈련시키고 자기 절제에 성공했다면, 아테네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적인 욕망에 굴복해버린 '위대한 잠재력의 실패'를 대변한다.

결론적으로, 알키비아데스의 고백은 철학적 대화의 장에 난입하여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모욕하고, 에로스를 사적인 소유와 거래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사건이었다. 그의 사랑은 선을 향한 상승이 아니라, 현재의 자기애적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였다. 플라톤은 이 비극적인 고백을 통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철학적 수련과 도덕적 자기 절제가 없다면, 그 개인뿐 아니라 그가 속한 폴리스(국가) 전체가 파멸에 이를 수 있음을 준엄하게 경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