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아동은 과거 오랫동안 '미성숙한 존재' 혹은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의 채택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권리를 가진 '권리 주체자(Subject of Rights)'로 규정하며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불러일으켰다. 아동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존엄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하고, 간섭받지 않을 사적 영역을 가질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일상 속에서 아동의 권리는 종종 성인의 편의나 무지에 의해 가볍게 취급되곤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은 아동의 권리 침해 양상을 더욱 교묘하고 일상적인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쉐어런팅(Sharenting)' 사례를 통해 아동의 권리 침해 실태를 분석하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성인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와 역할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차원의 논의를 넘어, 인권 감수성이 내재화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고찰이다.
2. 본론
2.1. 쉐어런팅(Sharenting): 일상화된 사생활권 침해
'쉐어런팅'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소셜 미디어에 과도하게 공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애정 표현이자 기록의 수단일 수 있으나, 아동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권리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 자기결정권 및 동의권의 부재: 아동은 자신의 신체나 일상 정보가 온라인상에 박제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동의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 능력이 부족한 영유아기부터 축적된 데이터는 아동이 성장한 후 지우고 싶은 '디지털 발자국'이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 사생활 보호권의 침해: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6조는 아동의 사생활이 부당하게 간섭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집 안에서의 모습, 목욕하는 장면, 울고 있는 모습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다.
- 안전권의 위협: 공개된 정보에는 아동의 이름, 학교, 자주 가는 장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될 확률이 높다. 이는 유괴, 스토킹, 아동 성범죄 등 제2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제공한다.
2.2.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관점에서 본 아동의 지위 분석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권리를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의 네 가지 핵심 권리로 구분한다. 쉐어런팅과 같은 사례를 이 네 가지 권리 및 협약의 일반 원칙과 비교해 보면 성인이 간과하고 있는 지점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아래 표는 전통적인 성인 중심의 관점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지향하는 관점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 구분 | 성인 중심적 관점 (통제 및 소유) | 유엔아동권리협약 관점 (권리 주체) |
|---|---|---|
| 아동의 정의 | 성인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 | 권리를 행사하는 독립된 인격체 |
| 정보 공유 | 부모의 표현의 자유 및 자부심의 표출 | 아동의 사생활 보호와 정보 주권 우선 |
| 의사 결정 | 부모가 아동을 위해 대신 결정 (대리) |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 (참여) |
| 성인의 역할 | 훈육과 보호를 주도하는 관리자 | 아동의 권리 실현을 돕는 조력자 및 이행자 |
| 핵심 가치 | 효용성 및 양육자의 만족감 | 아동의 최선의 이익 (Best Interests) |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쉐어런팅은 아동을 부모의 '장식물' 혹은 '자아의 연장선'으로 보는 성인 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협약 제12조(의견 존중권)에 따르면,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성인은 그 견해에 정당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일상에서 아동의 사진 한 장을 올릴 때조차 아동의 의사를 묻지 않는 행위는 이러한 참여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2.3. 바람직한 성인의 역할: 권리 옹호자로서의 책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인은 단순한 '보호자'를 넘어 '권리 이행자(Duty Bear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상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바람직한 성인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모든 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협약 제3조는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등이 실시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성인은 자신의 만족이나 사회적 소통의 즐거움보다, 해당 행위가 장기적으로 아동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자문해야 한다.
둘째, 아동의 디지털 시민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아동은 자신의 이미지와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비록 영유아라 할지라도 성인은 아동의 인격권을 존중하여 사진 촬영 및 공유 시 아동의 기분을 살피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연령이 되면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 된다.
셋째, 사회적 감시자 및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성인은 가정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아동 권리 존중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아동 권리 침해 사례(예: 노키즈존, 아동 학대, 무분별한 쉐어런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아동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권리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성인은 아동이 안전하게 탐구하고 발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자'가 되어야 한다.
3. 결론 및 시사점
일상 속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쉐어런팅은 아동의 사생활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관점에서 볼 때, 아동은 성인의 소유물이 아니며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 주체다. 따라서 성인은 아동을 위해 대신 결정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이행자'가 되어야 한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금지 사항을 지키는 소극적 행위가 아니다. 아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고민하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성인이 아동의 작은 권리부터 세심하게 배려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쉐어런팅이라는 작은 일상적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성인들이 아동의 '잊힐 권리'와 '사생활의 무게'를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