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리는 1988년을 대개 화려한 올림픽의 축제나 낭만적인 향수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축제의 막이 오르기 전, 서울이라는 공간은 국가라는 연출가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하나의 거대한 '극장'으로 재편되었다. 왜 국가는 도시를 무대로 만들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소거된 시민들의 일상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박해남의 저작은 근대화의 정점에서 진행된 공간의 정치학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다. 이 글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의 원형이 어떤 욕망과 폭력 속에서 빚어졌는지를 추적하는 사회학적 탐구의 서막이다.
2. 본론
스펙터클의 무대와 도시의 미학적 정화
88 올림픽은 한국의 비약적 발전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거대한 국가적 퍼포먼스였다. 국가는 이를 위해 서울의 경관을 미학적으로 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노점상을 단속하고 무허가 정착지를 철거하며, 외부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보여주기 민망한' 것들을 철저히 은폐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거주민의 실제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정교한 세트장으로 변모했다.
배제된 존재들과 침묵하는 뒷무대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앞무대와 달리, 극장의 뒤편에는 스펙터클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의 소외가 존재했다. 도시 빈민과 소외 계층은 무대의 완결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강제 이주되거나 사회적으로 격리되었다. 극장도시의 탄생은 곧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오직 시각적 효과를 위해 희생되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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