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참고문헌에 제시된 저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독후감을 작성하시오. 참고문헌 -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2025 김정환, 장비 -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2025, 박해남, 휴머니스트 - 질병, 낙인 무균사회와 한센인의 강제격리, 2021. 김재형, 돌베개, - 우리 안의 우생학 적격과 부적격 그 차별과 배재의 역사, 2024, 김재형 등, 돌베개, - 절멸과 갱생 사이 함제복지원의 사회학, 2021.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형제복지원연구팀, 서울대 학교출판문화원 - 광장 이후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 2025, 신진욱 등, 문학동네

# 무균사회라는 욕망이 낳은 비극: 한센인 격리 역사를 통해 본 현대 사회의 그림자

현대 사회는 위생과 청결, 그리고 위험으로부터의 완벽한 분리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이 '무균사회(Aseptic Society)'를 향한 욕망은 단순한 공중보건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회적 질서를 확립하고 내부의 불순물을 배제하려는 근대 국가의 강력한 생명정치(Biopolitics)의 투영이다. 김재형의 저서 『질병, 낙인 무균사회와 한센인의 강제격리』는 이러한 근대적 욕망이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되었던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치밀하게 해부한다. 이 책은 한센병 환자(한센인)의 역사가 단순한 의학적 비극이 아니라, 국가가 ‘적격’과 ‘부적격’을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폭력의 기록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책은 독자에게 우리가 구축한 사회적 안전망이 실은 얼마나 취약하고 배타적인 논리로 작동해 왔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 1. 근대 국가의 위생 권력과 소록도의 구축

한센병은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해 왔으나, 근대 국가가 들어서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변질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국 사회에서 한센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민족의 건강’과 ‘문명화된 국가’ 건설을 저해하는 위협 요소로 낙인찍힌다. 이 시기 위생은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며, 한센인은 이 이상적인 청결한 사회에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불순물'로 규정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강제 격리 정책은 이러한 위생 권력의 핵심이었다. 소록도 갱생원(현 소록도병원)은 단순한 요양 시설이 아니라, 한센인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절연시키고 통제하는 '총체적 시설(Total Institution)'로 기능하였다. 정부는 환자 개개인의 인권이나 치료 가능성보다, 질병의 '가시성'을 제거하여 사회 전체를 정화하려는 목적에 몰두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시행된 '한센병 예방 및 구제령'에 따라 환자들은 강제로 끌려가 감금되었으며, 소록도 내에서는 강제 노역, 심지어는 저항 시 학살까지도 일어났다. 소록도는 근대 국가가 '청결'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한 폭력의 물리적 증거로 남아있다.

### 2. 질병을 넘어선 낙인과 배제의 메커니즘

김재형 교수는 한센병이 실제 전염 위험도보다 훨씬 과장되어 사회적 공포를 유발했으며, 이 공포가 질병을 '도덕적 타락'과 '불결함'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고 지적한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한센병의 치료와 관리법이 확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기피하고 배제하는 데 몰두했다. 이는 한센병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의학적 관점을 넘어 사회학적, 윤리적 낙인(Stigma)으로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인은 해방 후 한국 정부의 정책에서도 지속되었다. 1960년대까지도 정부는 한센인에 대한 강제 불임 수술이나 낙태를 시행하여 '질병의 대물림'을 막으려 시도했는데, 이는 한센병 환자를 단순한 환자가 아닌, 국가의 미래에 해를 끼치는 '부적격자'로 간주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질병을 '사회적 위험'으로 공식화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우생학적 발상은, 결국 소수자를 향한 제도적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환자들은 사회로 복귀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격리 시설의 담장 안에서 영구적인 사회적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 3. 우리 안의 '무균사회' 욕망에 대한 성찰

『질병, 낙인 무균사회와 한센인의 강제격리』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의 배제 메커니즘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다.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 특정 장애, 혹은 가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나 도덕적 결함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고 이들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사례나,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혐오가 공중보건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현상은 이러한 '무균사회' 욕망이 아직도 우리 사회 깊숙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근대 위생 국가가 지향했던 '완벽한 사회'의 이상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폭력을 요구했는지 냉철하게 고발한다. 한센인 격리 역사를 통해 우리는 건강과 순결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소수자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그들의 삶을 절멸시켰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김재형의 깊이 있는 연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안전'과 '청결'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은 누구인지를 질문하게 하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