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문제가 잘 드러나는 영화 한 편을 선택하여 가족치료 모델 중 다세대 치료, 경험적치료, 해결중심적치료, 이야기치료 중 한 가지를 적용시켜 영화 속 가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시오.

## 시스템 속의 유령: 영화 <기생충>에 투영된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 분석

가족은 개인이 처음 관계를 맺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시스템이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 역기능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으며, 세대를 관통하며 반복되는 패턴과 정서적 유산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현대 영화는 이러한 가족 시스템의 복잡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회적 통찰을 제공한다. 본 칼럼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선택하고, 머리 보웬(Murray Bowen)의 **다세대 가족치료 모델(Multigenerational Family Therapy)**을 적용하여 김(Kim) 가족이 겪는 문제의 근원과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분석을 통해 김 가족의 역기능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전이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 서론: 계급 시스템이 투영된 가족의 정서적 융합

영화 <기생충>은 빈곤이라는 사회경제적 외피 아래에 김 가족 구성원들 간의 뿌리 깊은 정서적 융합과 낮은 자아분화 수준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계급 갈등의 서사로 이해하지만, 가족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생존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극도로 밀착되어 각자의 개별성이 상실된 상태이다. 다세대 치료 이론에 따르면, 가족 시스템 내의 불안정성과 스트레스는 그 가족의 자아분화 수준이 낮을수록 증폭된다. 김 가족은 '사기 행각'이라는 생존 전략을 세울 때도 개인의 독립적 의사결정보다는 가족 전체의 정서적 흐름과 목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는 이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독립적인 대처 능력을 상실하고, 오직 가족 단위의 반응만을 보이게 만드는 근원적 이유가 된다. 따라서 김 가족의 문제는 단순히 빈곤의 결과라기보다는, 정서적 융합이 만들어낸 역기능적 시스템이 빈곤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극대화된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

### 1. 세대를 잇는 정서적 융합과 미분화의 덫

보웬 이론에서 자아분화(Differentiation of Self)는 가족 시스템으로부터 개인이 정서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지적, 정서적 영역을 구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김 가족은 이 분화 수준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아버지 기택과 어머니 충숙, 그리고 자녀인 기우와 기정은 개인적 경계가 모호하며,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한다.

예를 들어, 기정(딸)이 박 사장네 미술 치료사로 취직하는 과정이나, 기우(아들)가 과외 선생으로 진입하는 모든 과정은 개인의 성취가 아닌 '가족 전체의 생존 계획'이라는 정서적 압력 하에 수행된다. 특히 기택은 자신의 인생 실패에 대한 정서적 짐을 자녀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사하고, 자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의무감을 느낀다. 기우가 대만 수석인 '산수경석'을 가족의 '메타포'로 여기며 짊어지고 다니는 행위는, 그가 가족의 정서적 짐을 홀로 짊어지려는 미분화된 자아의 상징적 표현이다.

이러한 정서적 융합은 박 사장네 지하실에 숨어들어간 전 가정부의 남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가족은 공통의 위협에 직면하자 순식간에 하나의 방어 기제를 형성하고, 전 가정부 가족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미분화된 가족이 외부 스트레스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전형적인 예시이다.

### 2. 불안을 해소하려는 역기능적 삼각관계의 고착

다세대 치료는 가족 내 불안이 두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제3자를 끌어들이는 삼각관계(Triangulation)를 형성한다고 본다. 영화 속에서는 김 가족 전체와 박 가족, 그리고 그들이 의존하는 부유한 계층 시스템 자체가 거대한 삼각관계를 이룬다.

가장 명확한 삼각관계는 김 가족 내부에서 기택이 겪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박 사장 가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택은 경제적 무능력으로 인한 자기 비하와 불안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박 가족에게 '기생'하여 정서적, 경제적 안정을 취하려 한다. 이는 김 가족의 생존 전략이 박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으며, 박 가족이 사라지면 김 가족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위험을 내포한다. 기택이 박 사장의 냄새에 대한 지적을 들었을 때 느끼는 수치심과 분노는, 자신이 의존하는 대상(박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거부를 당할 때 미분화된 개인이 겪는 격렬한 불안 반응이다.

결국 이 불안은 마지막 파티 장면에서 폭발하며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기택은 박 사장이 자신의 딸(기정)의 죽음보다 냄새를 맡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행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자, 자신이 박 사장 시스템 내에서 결코 인간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삼각관계에서 느껴지는 정서적 압력이 극단화되어 투사된 결과이다.

### 결론: 반복되는 다세대 전이와 해방을 향한 통찰

영화 <기생충>은 김 가족의 역기능적 패턴이 세대를 관통하며 전이되는 모습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기택이 현실에 안주하며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라고 선언하는 정서적 무기력은 기우에게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는 비현실적인 계획(박 사장 집을 사들이는 것)으로 전이된다. 이처럼 다세대 전이 과정(Multigenerational Transmission Process)은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융합 문제를 다음 세대가 떠맡게 만드는 비극을 낳는다.

보웬 이론의 관점에서 김 가족이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아분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는 환경을 바꾸거나 부자가 되는 것을 넘어, 기우 개인이 가족의 정서적 짐에서 벗어나 독립된 사고와 감정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기우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가 아직도 가족을 구원해야 한다는 융합된 사고방식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지만, 지하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기택의 모습은 가족 시스템을 잠시나마 정서적 거리두기(Detriangulation)한 결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궁극적으로 <기생충>은 가난이라는 외적 스트레스 요인이 기존에 존재하던 가족의 낮은 자아분화 수준과 만나 어떻게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다. 이 시스템적 통찰은 가족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실패가 아닌, 세대 간의 정서적 패턴의 산물임을 깨닫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