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제시한 한국의 미래가족 시나리오를 참고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가족을 구성하는 기본 요인을 기술하고, 이 기본 요인에 근거해서 가족 모델을 서술하시오.

# 미래 가족의 청사진: 선택과 기능으로 엮어낸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

한국 사회의 가족 형태는 인구통계학적 전환과 개인주의 심화라는 격랑 속에서 근본적인 재구성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적인 혈연과 혼인 중심의 가족 모델은 더 이상 다양한 삶의 경로와 가치관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PSI)이 제시한 미래가족 시나리오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미래 가족은 불확실성과 유연성을 내포하며,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는 '진화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미래 전망을 토대로 가족을 구성하는 기본 요인을 재정의하고, 이 요인들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가족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 ### 미래 가족을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요인

미래 가족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인은 더 이상 의무나 전통이 아닌, 개인의 **선택**과 **기능적 역할**에 기반해야 한다. 본인은 미래 가족을 지탱할 기본 요인을 ‘선택적 결속’, ‘기능적 상호의존’, ‘유연한 경계’ 세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선택적 결속(Selective Commitment)**이다. 미래 가족의 핵심은 혈연이 아닌 자발적인 관계 맺음에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혼인 관계를 벗어난 동거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며 종료하는 모든 과정에서 개개인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 양육의 필요에 의해 임시적으로 결속된 한부모 공동 육아 가구(Co-parenting household)나, 노년기에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계약적으로 결합한 비혈연 생활 동반자 관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속은 주기적인 관계 재확인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둘째, **기능적 상호의존(Functional Interdependence)**이다. 전통 가족이 경제, 정서, 돌봄 등 모든 기능을 포괄적으로 수행했다면, 미래 가족은 개인이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예: 재정 관리, 정서적 지지, 긴급 돌봄)을 전문적으로 교환하는 구조를 취한다. 예를 들어, 한 가족 구성원이 노인 요양 기능을 전담하고, 다른 구성원은 경제적 지원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은 더욱 명료해진다. 2030 세대 비혼 여성들이 함께 집을 구매하고 경제적 리스크를 분산하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자매 공동체' 형태가 대표적이다. 기능적 상호의존은 감정적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유연한 경계(Flexible Boundaries)**이다. 핵가족이 고립된 섬이었다면, 미래 가족은 필요에 따라 확장되고 축소되는 유기체다. 물리적 거주지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으며, 구성원의 유입과 이탈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자녀가 독립한 후 부모가 이웃과 ‘느슨한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도시의 청년들이 주말 농장 운영을 위해 농촌의 노인 부부와 일시적으로 결합하여 상호 노동과 돌봄을 교환하는 '세대 간 교환 가족'의 형태가 나타난다. 가족의 경계가 사회적 관계망으로 확장되어 공적 지원과 사적 돌봄이 연결된다.

## ### 미래 가족 모델: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

위에 제시된 세 가지 기본 요인(선택적 결속, 기능적 상호의존, 유연한 경계)을 결합하여, 본인은 미래 가족 모델로서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Mosaic Care Community)’**를 제안한다.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는 혈연 기반의 단일 구조가 아닌, 다양한 기능을 가진 개별 단위(핵)들이 필요와 선택에 의해 결합하고 해체되는 다핵(Polycentric)적 가족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개인이나 소규모 가족 단위가 특정 목표—주로 돌봄, 경제적 안정, 정서적 지지—를 위해 연합하는 형태다.

구체적인 사례로, 서로 다른 세 집단이 모여 형성된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를 상정한다. A 그룹은 경제적 기반이 안정된 비혼 전문직 여성 2인, B 그룹은 육아 부담을 겪는 이혼 여성과 그녀의 자녀, C 그룹은 고립된 노년 부부이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인접한 거주지에 살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A 그룹은 B 그룹에게 방과 후 자녀 돌봄 및 교육 멘토링을 제공하고, 대신 C 그룹에게서 노하우가 담긴 반찬 등 생활 도움을 받는다. B 그룹은 주말마다 A 그룹에게 정서적 교류를 제공하며, C 그룹의 병원 동행 및 정기적인 안부 확인 역할을 맡는다.

이 공동체의 장점은 ‘선택적 결속’ 원리에 따라, 특정 기능(예: 육아 부담 해소)이 해결되거나 상황이 변하면 관계를 재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능적 상호의존’을 통해 각 주체는 자신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부족한 기능을 보충받는다. ‘유연한 경계’ 덕분에 이들은 법적 문서가 아닌, 신뢰와 상호 계약에 기반한 느슨하지만 견고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한다. 이러한 모델은 고립을 방지하고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기여한다.

## ### 결론: 관계의 재정의와 사회적 지원 체계의 변화

미래 가족의 핵심은 더 이상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과 기능적 필요에 의해 유동적으로 구축되는 관계망이다. 모자이크 돌봄 공동체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붕괴되는 시대에 개인이 경험하는 고립과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는 혈연을 넘어선 사회적 친밀감이 가족의 기능적 역할을 대체하는 과정이다.

미래 사회는 이러한 유연하고 선택적인 가족 모델을 포용하기 위해 공적 지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법적 제도와 사회 서비스는 혈연 기반의 ‘가족’ 정의를 넘어, 비혼 동거인, 계약적 공동체, 기능적 돌봄 집단 등 다양한 형태의 ‘친밀한 관계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미래 가족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란, 생물학적 숙명이 아니라 선택과 공유된 책임으로 이루어지는 창조적인 공동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