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국가는 법에 따라 움직이지만, 법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규정할 수는 없다. 행정청이 법령의 문구 그대로 기계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공익을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도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행정법의 핵심 난제이자 권리 구제의 출발점인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분이다. 행정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달라지는 이 지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와 위법한 남용을 구분할 수 없다. 현대 법치행정의 근간을 이루는 이 두 개념의 경계는 어디이며, 사법부는 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2. 본론
법적 구속력의 차이와 행정기본법의 태도
기속행위는 법령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특정 행위를 해야 하는 일의적 행위인 반면, 재량행위는 법령상 행정청에 판단의 여지나 선택의 자유가 부여된 경우를 의미한다. 행정기본법 제20조와 제21조는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명시하며, 재량은 결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판례 역시 요건 규정의 문언뿐만 아니라 당해 행위의 분야와 성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구분한다.
재량의 한계와 사법심사의 범위
기속행위는 법령 위반 여부만을 따지면 족하지만, 재량행위는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을 때 비로소 위법성이 인정된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 취소와 같은 사안에서 공익적 목적과 사익의 침해 정도를 비교 형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재량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준수할 때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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