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해 법적, 정책적으로 꾸준한 인식개선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장애인은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배제받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지 쓰시오.

# 정책의 벽을 넘어, 마음의 문을 여는 장애인 인식개선의 다층적 방안

우리 사회는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책적 인식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동권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등 가시적인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적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배제와 차별을 경험한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어도, 일부 비장애인은 이동 편의시설을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로 간주하며 사용에 불편함을 표출한다. 직장에서는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외적인 관리 부담’을 이유로 고용을 주저하는 암묵적 배제가 만연하다. 이는 장애인 인권이 법적 권리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공감과 인식의 영역에 깊숙이 뿌리내려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준수를 넘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태도와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교육 및 미디어의 역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은 ‘시혜적’ 관점을 ‘권리적’ 관점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현행 장애 인식개선 교육은 종종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장애인을 ‘돕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동정심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장애를 인간 다양성의 일부로 인정하고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데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교육 과정과 미디어를 통해 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는 장애인 체험이나 봉사활동 위주가 아닌, 장애인의 역사, 인권, 그리고 권리옹호에 초점을 맞춘 통합적인 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미디어는 장애인의 모습을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영웅'이나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으로 국한하는 소위 '극복 미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장애인들이 평범한 직장인, 예술가, 부모 등 다양한 일상적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하여, 장애가 특별함이 아닌 삶의 한 방식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 은행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드라마 속 장면은, 장애인을 일터에서 배제하는 사회적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선 포괄적인 사회 설계

인식개선은 단순히 개인의 마음가짐 변화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사회 환경 자체가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Accessible Environment)을 넘어 정보, 서비스, 태도적 접근성까지 포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확산으로 실현된다.

많은 공공 서비스나 행정 절차가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의 복잡한 문어체나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어 지적, 인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정부의 복지 신청 서류가 복잡한 법률 용어로 가득 차 있다면, 이는 물리적 턱만큼이나 강력한 배제 장벽이 된다. 따라서 모든 공공 정보는 쉬운 언어(Easy-to-Read)로 제공되어야 하며,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접점 역시 시각, 청각, 인지 기능을 고려한 다각적인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고용 영역에서 장애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의무 고용률 준수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용주는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 즉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 저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애인 친화적인 작업 환경 조성 컨설팅과 함께, 직무 재설계 및 보조 공학 지원을 강화하여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기회 확대

가장 강력한 편견 해소 방안은 분리가 아닌 통합된 환경에서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가 부족할수록, 오해와 고정관념은 더욱 깊어진다. 상당수의 장애아동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성인 장애인들이 보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회 구조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단절을 초래한다.

따라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 교육 환경을 확대하고, 주거 및 여가 공간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동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특히 직장 내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단순한 '함께 식사하기'를 넘어, 비장애인 동료가 수어 통역이나 점자 자료 제작 등 장애 유형별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법을 배우고 일상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장애인을 돕는 대상이 아닌 '협력적인 동료'로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며,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사회 통합을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약자를 돕는 박애주의적 행위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구현이다. 교육을 통한 시선 변화, 포괄적 사회 설계, 그리고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인식개선 노력을 입체화할 때, 비로소 장애인은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모든 구성원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사회가 '개개인의 장애'를 문제 삼는 대신, '사회가 만든 장벽'을 허무는 데 집중할 때, 장애인 인권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