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가지를 선택하여 강의에서 배운 것을 토대 로 그 발달과업에 대해 설명하시오(15점). 2. 자신은 위에서 선택한 발달과업과 관련하여 청소년기에 어떤 경험을 하였고, 현재의 나라면 어떻게 그러한 발달과업을 보다 건강하게 성취할 수 있었을 가에 관해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토대로 논의하시오(15점).

# 청소년기의 항해, '나'라는 섬을 찾아서: 자아 정체감 확립의 중요성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급격하고 역동적인 전환기다. 이 시기는 단순히 신체적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정의하는 심리사회적 격변의 시기다. 학문적으로 볼 때, 청소년기의 수많은 발달과업 중 단연 가장 중요하고 성인기 전반에 걸쳐 토대를 제공하는 핵심 과업은 바로 **자아 정체감(Identity) 확립**이다. 이 정체감은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가치, 신념, 목표를 일관성 있게 통합하는 과정이며, 이 과업의 성취 여부는 향후 직업 선택, 관계 형성, 그리고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은 자아 정체감 확립의 학문적 정의를 바탕으로 필자의 경험을 성찰하고, 보다 건강한 성취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 1. 에릭슨의 관점에서 본 자아 정체감의 구조

발달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 Erikson)은 청소년기를 '정체감 대 역할 혼미(Identity vs. Role Confusion)'의 단계로 규정한다. 여기서 정체감이란 과거의 경험, 현재의 능력, 그리고 미래의 기대를 통합하여 일관된 자기상을 구축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시험해보는 **심리사회적 유예(Psychosocial Moratorium)** 기간을 거치게 된다.

이 유예 기간은 건강한 정체감 확립에 필수적이다. 만약 이 탐색 과정이 부재하거나 실패하면 역할 혼미 상태에 빠진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경우 청소년은 어떤 집단이나 이념에 맹목적으로 동일시하거나, 그 어떤 역할에도 헌신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정체감 확산(Identity Diffusion) 상태를 보인다. 반면, 부모나 사회가 강요한 역할에 일찍이 몰입하고 탐색을 회피하는 정체감 폐쇄(Identity Foreclosure) 역시 건강한 정체감이라 할 수 없다. 진정한 자아 정체감은 삶의 방향, 성적 지향, 직업적 가치 등 핵심 영역에서 신중한 탐색(Exploration)과 확고한 헌신(Commitment)을 통해 완성된다고 발달 이론은 강조한다.

### 2. 필자의 경험과 정체감 탐색의 부재

필자의 청소년기는 정체감의 '탐색'보다는 '순응'이 우세했던 시기였다. 특히 진로와 학업에 관련된 영역에서, 필자는 내부적 고민보다는 외부적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정의하려 하였다. 당시 사회는 '좋은 대학, 안정된 직업'이라는 외적 기준을 강력하게 제시하였고, 필자는 이러한 기준을 자신의 내적 가치보다 우선시하였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예술과 인문학에 깊은 흥미를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이과 계열 진학을 선택하는 경험을 하였다. 이는 제임스 마샤(J. Marcia)의 정체감 상태 모델로 분석할 때, '탐색은 없으나 헌신은 있는' **정체감 폐쇄** 상태에 해당한다. 표면적으로는 성취도가 높고 목표가 명확해 보였으나, 실제로는 내면의 불일치로 인해 잦은 불안감과 회의를 경험하였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내가 되기를 사회가 바라는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에, 청소년기 후반과 성인 초기에 이르러 역할 혼미와 유사한 위기감을 겪게 되었다.

### 3.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건강한 성취 방안

수업 시간 배운 발달 심리학적 지식을 토대로 현재의 나라면 과거의 발달과업을 어떻게 보다 건강하게 성취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논의한다. 핵심은 **의도적인 탐색의 과정**을 강화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첫째, 현재의 나라면 심리사회적 유예 기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하도록 과거의 자신에게 조언한다. 단순히 학교생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멘토를 만나고, 인턴십이나 봉사활동 등 비주류적인 경험을 의도적으로 확장하였을 것이다. 에릭슨은 청소년의 방황을 성장의 기회로 보았는데, 현재의 나는 그 방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실험'으로 전환할 것을 권한다.

둘째, 성인으로서의 나는 **성찰적 사고(Reflective Thinking)**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자가 과거에 경험했던 정체감 폐쇄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 이해 없이 이루어진 헌신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기 쓰기, 명상, 혹은 상담을 통해 자신의 감정, 가치관, 행동을 지속적으로 되돌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성찰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이 아닌, 내면의 소리에 기반한 정체감 '성취(Achievement)'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경로를 제시한다.

셋째, 정체감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MAMA(Moratorium-Achievement-Moratorium-Achievement) 순환 과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만약 과거의 내가 첫 번째 헌신이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끝이 아닌 새로운 탐색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면, 좌절감 대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소년기의 자아 정체감 확립은 성인으로서의 삶의 지도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단계다. 비록 필자의 청소년기는 외부적 기준에 휩쓸리는 폐쇄의 시기였지만, 발달 심리학적 지식은 정체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수정되고 재정립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심리적 공간과 지원을 제공하여,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고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주체적인 항해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